각자의 사정

  두 사람이 동시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난 3년을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내뱉은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이야. 내가 너를 백 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는 거야."라는 말이 야속해서 다른 한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각자 속으로는 복수의 칼날을 세우며, 다음 말을 고민했다. 하얗게 질린 입술이 얄밉게 움찔거린다. 그 두… Continue reading 각자의 사정

Willem de Rooij (빌렘 드 루이) – Whiteout

<I'm Coming Home in Forty Days> _  Jeroen de Rijke, Willem de Rooij, 1997   언젠가는 Whiteout을 맞이할 순간을 경험하게 될까? 아득히 깊은 얼음 위에 놓인 두 발을 내려다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온 세상이 하얀 빛으로 가득찬 땅에 서게 될 기회가 올까. 그 광경에 넋을 놓고 보다가 마을로 돌아와 사우나를 하며 "오늘 우리 참 멋진… Continue reading Willem de Rooij (빌렘 드 루이) – Whiteout

사월의 미, 칠월의 솔 _ 김연수 (문학동네)

꿀 같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장 먼저 작성한 ‘하고 싶은 일 목록’의 첫번째 항목은 ‘한국 소설 많이 읽기’였다. 지난 학기에 워낙 독일어로 고통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로 쓰여진 유려한 문장을 음미하고자 하는 갈망이 샘솟았다. 독일어 서적은 질 좋은 책들이 많지만 어렵다. 외국인이기에 아주 느린 속도로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책을 읽어야 해서 들이는 시간에 비해 읽는 양이 많지… Continue reading 사월의 미, 칠월의 솔 _ 김연수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