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년 록다운의 겨울

독일 정부가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 시도에 족족 실패하는 동안 겨울이 다녀갔다. 이번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는데 창가에서 하얗게 변신하는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곤 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동안은 새도 울지 않고, 자전거 탄 사람도 없고, 산책하는 가족도 없으며, 오로지 맞은 편 집 테라스에 나와 눈구경하는 노인들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멈추면 곤란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인내심을 한참 초과한 지점까지 록다운을 연장하고 있었고, 그 끝을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막연한 계획은 더 우리의 일상을 적막하게 만들 뿐이었다. 적막은 안락하기도 때로는 무척 지루하기도 했다. 나는 괜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창밖을 구경했다. 어느새 눈이 그치고 있었다.

“우리도 내려가자!”

눈이 그치기가 무섭게 골목에서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질세라 충분히 껴입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발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익숙한 동네가 하얀 꺼풀이 하나 덮였다고 그새 낯설게 느껴졌다. 보도블록에 쌓인 눈이 하늘을 반사하고, 나뭇가지를 반사하고, 쇼윈도를 반사하고, 청설모를 반사했다가 까마귀를 반사하는 바람에 눈이 부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서 언 손을 녹이며 동네의 작은 공원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빵빵한 우주복을 입은 아이들이 알록달록 눈밭에 퍼져 놀이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를 위한 것인 양 눈사람을 열심히 만들었다. 독일인들은 보통 머리와 가슴, 몸통을 균일한 세 덩이로 만들어서 귀여운 맛이 없는 눈사람을 만든다. 집에서 챙겨온 당근을 눈사람의 코에 꽂는 정상인도 있지만, 절반을 부러트려 꼭 몸통에 고추를 달아주고 싶어 하는 도라이도 있었다. 축 늘어진 나뭇가지로 조루임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이도 있는데 도무지 그 정신세계를 이해할 순 없었다. 몇몇 괴상한 눈사람을 애써 외면하고 김강의 사진이나 많이 찍어주었다. 사랑스러운 사진이 많은데 다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ㅎㅎ

언제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똑같아서 마치 무한루프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다행히 나는 이 루프 안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며 아주 생산적인 겨울을 보냈다. 이례적으로 계절성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았다. 이런 척박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정신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었는지 한 번쯤은 글로 정리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요즘 블로그 글까지 쓸 여력은 없고, 또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앞으로는 일상의 작은 과제 정도는 잘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도 봄이 오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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