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과 2021년 사이



2020년 여름, 장보러 가는 길에 김강과 나 .


전염병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이전처럼 우연을 기대하며 미지근하게 살다가는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어쩌면 미라가 되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려면 연락을 먼저 하거나 연락이 와야 했다. 그래서 결국 만나면 어색한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상투적인 안부를 주고받았다. 친구가 최근 누구와 접촉하는지 듣고, 나도 은근슬쩍 누구와 만나는지 밝혀 친구를 안심시켜야 했다. 만나서 반가웠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무척 즐거웠지만 그다음 헛기침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를 물어야 했다. 그런 미지근한 불안감이 또 일주일은 아무도 만날 수 없게 했다. 다 확률 때문이었다.

어떤 이는 편지를 보냈고, 어떤 이는 집 앞을 지나다 대뜸 나오라 요구했으며, 어떤 이는 SNS 사진으로만 근황을 알렸다. 먼저 연락해주어 고마웠다. 특히 예고 없는 편지가 우체통에 있을 때는 가슴이 저렸다. 정갈한 손글씨를 읽으면 그 사람이 나에게 구체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받은 사람은 보낸 사람이 그런 편지를 썼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때까지 두고두고 읽는데, 현대사회는 적당히 쿨한 관계를 지향하니 애틋한 마음을 티 내기도 어렵다. 한참을 고민하다 어렵게 답장을 썼다.

올해는 불을 갈망하는 글을 갈망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다. 그리고 갈망만 해서는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괴로울 때는 두 편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백석 시인의 <모닥불> (1936년 1월, 시집 사슴) 과 홍지호 시인의 <재> (2017년 시산맥 여름호). 둘 다 참 아름다운 시다. 시를 쓰는 사람들을 언젠가는 만나게 될까? 아니면 2021년에도 내 주변에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거나, 공간감만 과하게 발달한 사람들만 버글버글하게 되는 걸까? 무엇이 되건 새해엔 더 나로부터 자유로우면 좋겠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