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과 2021년 사이

2020년 여름, 장보러 가는 길에 김강과 나 . 전염병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이전처럼 우연을 기대하며 미지근하게 살다가는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어쩌면 미라가 되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려면 연락을 먼저 하거나 연락이 와야 했다. 그래서 결국 만나면 어색한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상투적인 안부를 주고받았다. 친구가 최근 누구와… Continue reading 2020년과 2021년 사이

X의 정체

이번 학기에 청강하는 과목들은 전반적으로 정체성(Identität)에 관한 세미나가 많은데, 강의명만 나열해봐도 이렇다. 정체성과 건축(Identität und Architektur), 정체화와 정체성(Identifikation und Identität), 젠더와 다양성(Gender und Diversity). 마치 이 혹독한 겨울학기가 지나고 비로소 봄이 오면 '그래서 자네는 정체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똑 소리 나게 대답할 줄 아는 대학생이어야 할 것만 같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다들 처음에는… Continue reading X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