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2018년 봄

나는 우리의 연애가 단체 줄넘기와 닮았다고 종종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의 몸이 달라서, 다른 세대라서, 다른 전공에 몰두하고 있어서, 다른 목소리를 내서, 다른 영혼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이유로 물러선 만큼 길어진 줄넘기와 텅 빈 운동장이 자꾸만 떠오른다.

한산한 운동장에 널찍하게 서서 붕붕 돌리기 시작한 단체 줄넘기. 그 사이로 고양이 두 마리가 유연하게 넘나들기도, 예쁜 꽃이 피려다가 자비 없는 줄넘기에 갈려 분쇄되기도 했다. 때로는 친구들이 들어와 뛰어놀고, 동시에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망했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최선은 사람들이 줄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서, 평소보다 느슨하게 줄을 돌리는 것 외에 별다른 도리는 없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우리의 줄넘기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적다.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둘이 마주 보고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부쩍 우리 사이의 폭이 줄어든 것 같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니 좋았다. 손목이 아프던, 다른 줄넘기가 탐나던, 언제든 가볍게 손잡이를 놓을 준비를 하던 나의 카르마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5년을 만났다. 앞으로도 이 연애가 포물선을 그리는 줄넘기 같은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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