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무한루프 속에서

  1. 지난주 일요일 밤에는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가, 한 남성이 홀로 “자유(Freiheit)”를 애타게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에게는 자유가 마치 잃어버린 강아지 같은 것인 듯, 골목 하나하나 포기하지 않고 목이 쉬도록 불러제꼈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기다란 각목이 야무지게 들려 있었는데, 그 투박한 나무토막 끝에 기름불이 아슬아슬 사선으로 일렁이는 게,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처량하고 또 그래서 위험해 보였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그날 오전, 동네 가로수길에 있었던 코로나 반대 데모에 참여했을 것이었다. 칼 맑스 알리(Karl-Marx-Allee) 가로수길은 데모의 역사가 깊다. 그날은 ‘마스크로 차라리 티백(Teebeutel)을 만들자!’라는 피켓이 위풍당당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말갛게 하관이 드러난 얼굴로 옆 사람과 팔짱을 끼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때로는 궁둥이를 흔들며 자유와 관용, 인권을 노래하는 인간들이 가로수길을 점령하는 모습을 본 이웃들은 재빨리 마스크를 꺼내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 나 역시 잠시 멈춰 호주머니에서 검은 마스크를 꺼내 쓰고 밤이 되도록 코로나 데모의 여운을 즐기는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야 했다.

  2. 지난달 마지막 주 일요일 밤에는 김병률 시인의 시 <적당한 속도, 서행>을 읽고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선뜻 그럴 수가 없었다. 왠지 이 시기가 지나가야, 그때 이런 시가 태어났는데 참 좋지 않냐고, 가볍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은 여기에서 읽어보시기를.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942/clips/20#chapter) 김병률 시인이 직접 낭송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날 밤에는 시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 혼자 고립된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사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김강과 무스코사가 있고, 이번 전염병에는 비껴가는 식물들도 많다.

  3.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달 전 일요일 밤에는 기분 나쁜 이메일을 받고 혼자 씩씩대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울분이 나 이불을 확 걷어찼다. 답장은 그 다음 주나 겨우겨우 쓸 수 있었다. 꽤 비굴한 내용이었다.

  4. 하지만 최근 어느 일요일 자정에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사실 나는 잘 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도저히 통화할 마음이 아니었지만, 안 받았다면 무척 서운했을 것이다. 그 다음 주는 내내 마음이 가벼웠다.

  5. 아마 내일은 아주 시끄러운 일요일 밤이 될 것 같다. 핼러윈인데다, 독일 정부가 그다음 날인 11월 1일부터 한 달간 독일 전역에 록다운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두 번째 록다운이다. 봄에 있었던 첫 번째 록다운은 멋모르고 어버버 당했지만, 두 번째는 넋 놓고 있진 않을 것이다. 오늘 낮엔 그런 결기를 다지며 잠시 시내에 나가 고소한 커피 원두와 차이, 비타민 D를 사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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