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습관들

Untitled (25)

고양이 깻잎이가 급격하게 마르고 있다. 가장 가벼운 차림으로 떠나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이해하고 싶어도 이런 갑작스러운 전개는, 내가 모진 마음을 먹고 홀로 이사 나갔기 때문에 그리된 것 같다는 죄책감을 지우기가 어렵다.

올해로 열 여덟 살인 깻잎이는 이제 동물병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무엇을 더 할 수는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마음이 먹먹해지는 가운데 깻잎이를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말을 주워담았다. 2020년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모 동물병원에 다니는 애들 중, 가장 오래 산 멋진 고양이라고.

나와 함께한 시간은 깻잎이의 18년 묘생 중 4년뿐이었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깻잎이는 늙은 고양이였지만, 그래도 나는 종종 깻잎이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했다. 어린 고양이 깻잎이는 얼마나 발랄했을까? 깻잎이가 매일 보여주던 고양이다움이 눈에 선하다. 따스한 햇빛 아래 동그랗게 몸을 말고 낮잠에 빠져 들려는 모습이,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그윽하게 사람을 유혹하는 여유가, 아침에 눈을 뜨면 품에 안겨 둥근 눈으로 고로롱 하고 울던 엷은 진동, 그 모두가 신비로웠다.

이별을 예감할 때마다 나는 여러 갈래로 분열했다. 그냥 그런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떤 과거는 외로움에 매우 예민해서 뾰족하게 솟아올라서는 위협적으로 파고든다. 어떤 소중한 기억은, 지금 당장 붙잡지 않으면 영영 떠나가 버릴 거라고 어린아이처럼 훌쩍인다. 그러면 무력한 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옆에 서서는, 달래기는커녕 아이를 매섭게 꼬집어 바닥에 자지러지게 만든다. 수동적으로 나를 조용히 다그치려는 속셈이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이별의 습관들을 지켜보며 제풀에 지쳐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나는 소동 속에서도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 이 존재의 이름이 무척 궁금하다. 모든 것이 조용해지면 비로소 입을 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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