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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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친구들은 코로나가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는 지금- 독일의 국경이 폐쇄되어 베를린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거나, 베를린에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하니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풍경이 그리 먼 과거가 아닌데도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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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을 때 이렇게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대로 현상되어 마음에 드는 사진

 

지난 2월 베를린 공대 주차장에 J와 T의 영상 촬영을 도우려고 친구들이 모였다. 현장 상황이 계획처럼 풀리지 않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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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가 한 대씩 빠지면 가구와 이불, 가전제품 등을 놓고 점거하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다. 거기서 밥을 먹기도 하고, 졸리면 잠도 자고 밤엔 파티도 하는 퍼포먼스. 어쩌면 신고로 경찰이 올 수도 있고 그때에는 다 함께 게릴라 데모를 하자는 다소 거친 플랜에 솔직히,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비유럽 시민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혹시 나중에 불이익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근거 없는 겁이 덜컥 났지만 설마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겠어, 하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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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늘 J만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게 이제는 놀랍지 않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찌나 공과대 교직원과 학생들이 부지런한지 몇 시간을 기다려도 빠지는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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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C

 

나는 두 시간 정도 사진을 찍다가 약속이 있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후에 해가 질 때까지 주차장이 풀로 채워져 있어서 촬영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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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주차장에 차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건 다들 추웠는지 한 명씩 슬슬 카메라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위를 했는데 그 모습이 익살맞아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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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즐거운 페이크 빗질

 

이날 찍었던 영상은 원래 7월에 있을 학교 여름 전시에서 내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판데믹 때문에 전시 일정이 전면 취소되었다. 차가 빠진 칸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주차장을 배회하는 나의 모습도 영상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언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 언젠가는 보겠지만 축제에서 다 같이 볼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아쉬운 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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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도 무언가 만들며 즐겁게 지낼 것 같아서 걱정이 안 되는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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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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