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지목하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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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er Frauentag)은 대규모 집회로 도시가 떠들썩하다. 올해는 총 다섯 개의 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친구 C의 초대로 바샤우어 다리(Warschauer Brücke)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갔다가 현장이 무척 흥미로워서 집에 돌아와 기사를 찾아보니, 라틴아메리카 여성 인권단체가 주최한 스페인어로는 ‘Un violador’, 한국어로는 ‘강간범’이라는 타이틀의 집회였다. 그래서 칠레의 독재 정부와 멕시코에서 매일 일어나는 성폭력,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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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방을 맡기고 나무에 올라간 C. 저렇게 운동신경이 좋은 줄은 몰랐다. 나는 자전거 거치대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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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칠레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플래시몹 ‘Un violador en tu camino (A Rapist in your path)’을 이 집회에서 볼 수 있었다. 칠레 출신인 C는 스페인어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소리치는 독일어를 듣고 따라불렀다. 모든 구호가 여성의 타오르는 분노와 저항 의지를 표현했다. 나를 사방으로 둘러싼 국적 다른 여성들이 한목소리로 검지를 높이 들어 한 곳을 향해 겨누는 구간은 정말 멋있었다. “El violador eras tú. (And the rapist was you) El violador eres tú. (And the rapist is you)” 이 부분은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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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함께 나온 아기 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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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립스틱으로 서로의 얼굴에 젠더 심볼을 그려주는 커플, 화려한 분홍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아주머니, 하얀 학이 수천 마리 들어 있는 관을 진 여성들, 나처럼 다른 사람들을 사진 찍는 이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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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프랑크푸르트 토어(Frankfurter Tor) 쪽으로 움직이기 전에 활동가들의 발언이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았는데 활동가의 말의 격앙된 숨소리 하나하나 들릴 정도로 모두가 숨죽이고 들었다. 어떤 활동가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에 판코우(Pankow) 지역에서 한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숨졌다고 했다. 아마도 아프리카계 가족인 모양으로 커뮤니티의 연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이어 스페인어와 아랍어 발언이 마무리된 후에 우리는 다 같이 앞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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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8일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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