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를 겨눈 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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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행렬이 그룬베어거 슈트라세 (Grünberger Straße)와 바샤우어 슈트라세 (Warschauer Straße)의 교차로로 꾸역꾸역 터져 나오는걸 목격한 건 1월 마지막 주의 어느 날이었다. 아스팔트가 비에 완전히 젖어 경찰차의 헤드라이트의 노란 불이 도로에 천천히 번졌다. 그 모습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행인들도 경찰이 통제하는 데모 행렬에 관심을 보였다. 경찰이 데모라도 하나 싶을 정도로 경찰차 수가 많았다. 데모의 진행 방향도 독특했다. 칼 막스 알리(Karl-Marx-Allee)라던지 사람 모이기 좋은 큰 도로가 근방인데 이들은 하필 조용한 주거지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접고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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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찰차가 우르르 지나간 후에 비로소 데모 행렬이 보였다. 100명이 될까 말까 해 보이는 사람들이 든 ‘마리아’를 추모하는 피켓과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피켓이 나란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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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대는 금방 길을 통과해 빠져나갔고, 나는 10m 정도를 더 걷다 ‘마리아’가 그 지난주 금요일까지 살았다는 집 앞에 놓인 붉은 촛불과 꽃을 발견했다. 데모는 그녀의 집 앞에서 시작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우리 집에서 동쪽으로 7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 내가 이곳에 꽤 오래 살았으니, 어쩌면 오다가다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A4 한 장이 행인들이 읽을 수 있게 그녀의 집 대문에 코팅되어 붙어있었다. 33세의 마리아라는 사람이, 그녀의 방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그녀의 마약 중독과 정신질환 문제는 이미 경찰에게 알려진 일이었기에 경찰이 총으로 그녀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은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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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사를 찾아 읽어보니 그녀가 약물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자 그녀의 동거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동거인이 두려워 집을 나간 사이 경찰이 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이 그녀와 난투극을 벌이다 결국 총을 쏘았다는 것이다. ‘격발 후 경찰은 그녀를 구하려 했지만 끝내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사망했다.’,’마리아가 당시 칼을 들고 경찰을 위협했다.’라는 내용도 기사마다 빠지지 않고 실렸다. 글만 읽어보면 마치 총기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이 사건에서 경찰의 진압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총이 없었다면 그녀가 무장한 경찰 모두를 죽였을까? 총이 없었다면 경찰은 그녀를 어떻게든 무장해제하고 포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총이 그곳에 있었기에 마리아가 죽었다.

기사를 읽으며 놀랐던 점은 독일에서 이렇게 매년 경찰의 총에 의해 죽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이를 비판하고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건 후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마리아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 날에 비하면 이날 내가 목격한 건 그 이후에 경찰에 신고된 온순한 집회였다.

마리아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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