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Studio 318

Untitled (21) 사본

사진 1.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2017년 11월
Bild 1. Mein Lieblingsfoto im Studio 318, November 2017

 

과제와 설계 마감 그리고 전공시험 준비로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어느새 2월이 온 줄도 몰랐다. 건축과 학생들은 어젯밤 다급히 떠올린 창, 벽, 계단의 존재를 오늘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기 위해서 밤새 모형을 만드는 것, 노트북과 씨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서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분위기에 취하는 아주 평범한 건축과 학생이다. 그러다 번아웃으로 지독한 타성에 빠지기도 하는.

이번 학기는 여전히 건축예술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시간을 꿀꺽꿀꺽 삼켜버리는 일의 식탐이 두려워 때로는 그대로 사는 것을 주저했다. 스튜디오에 앉아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기는 했던 걸까? 건축과 문학 사이의 얕은 물가를 발견해 복숭아뼈 정도를 적시며 살아가는 건 사치일까? 오늘 한 문장이라도 썼나? 하는 의문이 들어 한없이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그런 질문은 꽤 그럴싸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그 질문들이 과연 삶을 진솔하게 만드는가? 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나에게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건축모형을 완성할 때까지 제도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Untitled (19)

사진 2. 공부에 열중인 두 친구. 2017년 11월
Bild 2. Zwei Freunde, die gerne lernen. November 2017

 

318호 스튜디오에서 배운 것은 건축설계만이 아니었다. 나의 내면에 깊이 박혀있던 고정관념을 흐릿하게나마 눈치채고 조금씩 바꾸려 노력할 수 있었던 건 다 누구 덕분이었을까?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얼굴이 많다. 모두 다른 목소리로, 다른 표정으로, 다른 몸짓으로.

우리는 한 공간 안에서 그러나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서로 영향받았다.

Untitled (18)

사진 3. 사랑하는 토벤과 함께 2017년 11월
Bild 3. Mit meinem lieben Freund, Torben. November 2017

 

토벤이 갑자기 그렇게 가버리고 나서 나는 반년을 스튜디오에 들어가지 못했다. 학교를 보면 심신의 균형이 틀어지면서 공황발작이 왔고 어쩌면 학업을 포기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동안 다른 연락을 멀리하고 9주 동안 그룹 테라피를 받았다. 모르는 다른 상담자에게 토벤에 대한 나의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동시에 친해지려고는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냉랭한 태도다. 그대로 상담사와 함께 둘러앉은 동그란 원 안에서 고백한 나의 모든 진심이 잊히기를 바랬다. 깊은 마음은 어딘가에서는 풀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을 끌어내리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문학을 완전히 만나기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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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드로잉 수업에서. 2017년 6월
Bild 4. Im Zeichenkurs. Juni 2017

 

왜 그렇게까지 그의 죽음이 괴로웠나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우리는 인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지금까지의 삶의 배경도 너무나 달랐지만 항상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친구로서 많이 좋아했다. 신뢰의 형태로 소망했던 미래가 있었다. 죽음 이후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지만 나는 그를 만나고 이제껏 몰랐던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발견했다.

Untitled (26)

사진 5. 알록달록이 어울리는 친구. 2017년 7월
Bild 5. Freunde mit bunte Farbe. Jul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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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유일무이한 한나, 2017년 7월
Bild 6. Hannah, die ich kenne 2. Jul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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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어느 그리운 여름날. 2018년 7월
Bild 8. Ein nostalgischer Sommertag. Jul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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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아직도 기억에 남는 좋은 프로젝트. 2018년 7월
Bild 8. Gutes Projekt noch unvergesslich. Jul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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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늘 응원하는 두 친구와 함께. 2018년 7월
Bild 9. Freunde, die ich immer toll finde. Juli 2018

2 thoughts on “Goodbye, Studio 318”

  1. 토빈인 것 같은 친구, 주은의 글에서, 주은의 말에서 나는 알고 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렇게 그 존재를 알게 됐어요.
    유일무이한 한나, Hannah, die ich kenn 라는 제목도 참 좋아요.
    주은 잘 지내고 있길!

    Liked by 1 person

    1. 이렇게 또 어진씨께 마음이 닿았다니 참 감사하기도,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ㅎㅎ 저는 요즘 시험 공부를 시작하는게 어려워 헤매고 있지만 그것만 빼면 참 잘지내고 있어요~ 3월에 차 한 잔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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