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겨울엔 여러가지 의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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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날은 몸을 전철에 내맡기고 흠뻑 젖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이날은 지하철을 탈까 하는 마음이 한편에 계속 있어서, 집 밖을 나서기 전 어떤 가방을 들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러다 끝내 나는 자전거 가방을 메고 못난이 자전거가 묶여있는 힌터호프로 내려갔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기로 한 것이다. 일요일은 전철이 드문드문 다니는 데다가 썰렁한 플랫폼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아주 가끔, 기분 좋은 두려움에 빠지기도 하니까. 우스운 마음이라 생각하면서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태 말이다. 오늘의 저기압 구름이 내일도 영원할 것처럼 위협하고 있을 때. 이날은 특히 눅눅한 생각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면 따뜻한 땀을 흘릴 필요가 있었다. 목적지는 모두가 있는 318호실 아틀리에. 몇 회전의 페달을 구르면 다다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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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터호프에서 보이는 이웃 건물. 한 집은 꾸준히 형광 주황색 작업복을 창가에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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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티브이 타워가 안개에 가려졌다. 가로수길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실컷 즐긴 전나무가 버려져 있어 쓸쓸했다. 시에서 수거해가면 모조리 소각할까? 저 나무들은 누구의 거실에서 어느 정도로 화려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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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대로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기에는 비좁다. 그래서 평소에는 차를 피할 생각만 했지 멈추어서 사진을 찍어볼 생각은 하기 어려웠다. 이날은 꽤 한산해서 조용히 멈추어 사진 한 장을 찍고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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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까이에서도 위가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는 아래가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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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덴부르크토어 앞에서 한 푸른색 미키마우스가 독일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날 목격한 것 중에 유일하게 귀여운 생명체였는데. 미키마우스 머리통을 옆구리에 끼고 이민자의 얼굴을 한 이가 불안한 몸짓으로 구깃구깃한 종이를 품에서 꺼내 경찰에게 보여주는 것을 보고 나는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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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원에서 찍은 이 사진을 끝으로 필름의 36장이 모두 채워졌다. 현상하고 나니 어둡고 스산한 사진밖에 없어서 당황스럽기도 아주 자연스럽기도 했다. 다음 필름은 조금 더 빛이 들어오기를 바라본다. 2월에도 해보기가 어려우면 노란 인공 빛이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thoughts on “울적한 겨울엔 여러가지 의문이”

    1. 그러셨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풍경이 비슷하다는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남부지역은 그래도 좀 해가 나겠지요? 🙂 여긴 어둡지만 또 포근한 편이에요. 눈 구경 한 번 못하고 봄이 될까봐 조금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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