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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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단편소설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 <자매의 탄생>, <또라의 알고리즘에 대하여>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 지금까지 두 편의 소설을 더 쓰고 있는데 쉽지 않다. (내년 여름에는 완성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올해 썼던 나의 첫 소설들이 앞으로 나에게 초심을 깨우쳐 줄 것 같아 기록해두려 한다.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는 갑자기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겪은 나와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썼다.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시의 나는 심각하게 아팠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괴로워했다. 안 쓰면 안 되냐, 하고 물으면 나는 또 진지하게 반드시 써야 해, 하고 고집부리며 겨우겨우 썼다. 다 쓰고 나니 참 잘 썼다.ㅎㅎ 이후로 그 친구가 그리울 때마다 이 이야기 속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상실의 아픔을 재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문단을 읽기 위해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문단에 다 있는데 그것만 읽으면 너무 심심하니까 앞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군가는 삶은 소설이 아니라 마지막 문단은 없다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게 죽음의 문턱 앞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믿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설 쓰기에서 경험한 마지막 문단은 언제든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 같다.

<자매의 탄생>은 가장 아끼는 이야기다. 현실과는 다르게 소설은 즐겁고 경쾌하게 쓰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 동생의 두 번째 탄생을 응원하고 좋은 언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쓴 이야기라서.

앞으로도 트렌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 같다.

<또라의 알고리즘에 대하여>는 앞의 두 편과는 180도 다른 SF로 갑자기 외계인이 나온다. 복잡하고 생뚱맞지만 나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장 나답다고 생각했다. 글쓰기는 내 안으로 들어가기보다 밖으로 나아가는 것.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즐겁다는 걸 배웠다.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 같다.

또 어떤 사람들이 우연히 나의 손을 빌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일이 기대된다. 새해엔 더 나로부터 자유로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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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9년과 2020년 사이”

  1. 새해 복 많이 만들어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올해엔 베를린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드네요, 만약 정말로 기차표 끊게 되면 연락해도 되죠? 차 한 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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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수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ㅎ 네, 혹시 베를린 오시게 되면 연락 주세요. 만나뵙게 되면은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제가 수표님 블로그 팬이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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