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울고 있다면 인제 그만둬 주세요

Untitled (32)

J와 이야기를 하다 그만 터져버렸다. 다행히 방에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으면 좀 그만할 것이지. 그는 따뜻한 격려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쳤고 저항할 틈도 없이- 결국 코너에 몰려 무장을 해제했다.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고마움과 조금 치욕스러운 마음이.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자주 장례식장을 떠올렸다. 1월의 정갈한 교회에서 J가 T를 위해 준비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T를 생각하는 마음, 기억의 조각들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혼자만의 세계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었겠지. 그래서 나에게는 그 순간이 꽤 중요했다. 목구조건축 전문가인 J와 목수인 T는 죽이 잘 맞았고 둘은 어딘가 매우 비슷해서 나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가 싶을 정도였다. 나를 격려하는 J의 뒤로 자꾸 T가 쓰던 책상이 보였다. 안돼, 이 이상 울면 정말 이상해져.

대충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와 형광등이 건조하게 내리쬐는 복도를 지나 학과 카페테리아에서 친구를 만나자 또 금방 잊었다.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다가 그리고 코리안 스타일 반찬을 소개하다가 문득, J를 아까 만났는데 울어버렸다고 말하자 친구가 나 대신 비명을 질러주었다. 그리고 어떤 거였는지 알 것 같다고. 그 사람, 사람 울리는 재주 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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