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_ 김금희 (문학동네)

Untitled (34)

다음에는 <조중균의 세계>를 읽어보려 한다. 우연히 <조중균의 세계>에 대한 해설을 양재훈 씨가 쓴 걸 발견했는데, <조중균의 세계>를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이 해설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김금희 작가님의 단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완독한 덕분이다.

 

“김금희의 소설에서는 낡은 것들이 함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현재의 질서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아니다. 김금희의 소설 속에서도 현재의 세계는 우리에게 완전히 닫혀 있는 답답한 곳이다. 그러나 세계를 이렇게 만든 것들에 대해 분노하는 대신 김금희는 이 암울한 세계가 어쨌든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불가피한 존재조건이자 자신의 존재 가능성의 조건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고있는 자의 성숙한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본다. 자신을 옭아매는 현실적 조건들을 무작정 거부하며 그로부터 탈주하려는 대책 없는 가벼움 대신 자기 존재와 그 조건들을 온전히 스스로 떠맡으려는 책임 있는 태도가 김금희의 소설에 균형감각을 부여한다.” 

지나간 비-세계, 양세훈 <2015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경애의 마음을 읽으며 나는 동시에 내 소설도 썼다. 지금도 쓰고 있는 이 이야기는 5만 자에 다다르고 있다. 이렇게 호흡이 긴 글은 난생처음이라 집중이 안될 때도 있고, 혹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슬슬 되지만 그래도 쓰는 것이 재미있는 한은 계속 써볼 생각이다.

대책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모든 문단을 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전에는 주로 술을 마셨거나 피곤한 밤에 그랬다면, 이번에는 경애의 마음을 읽고 나서 내 글을 보면 그런 마음이 솟았다. ‘그래, 이런 이야기야말로 쓰여야 하는 것들이지.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마땅한 것들이지’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에 비해 내 소설은 너무나 연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애써 쓴 문단을 통째로 지운 적은 없었지만! ㅎㅎ)

아무튼, 경애의 마음! 멋진 소설이다. 이렇게 깊이 있게 사람을 글로 빚을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이야기의 두 축이 되는 경애와 상수가 처음에는 그다지 임펙트 있는 인물이 아니었는데, 후반부에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인품에 빠져들었다. 읽는 내내 경애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상수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해하고 싶어지는 좋은 이야기였다.

‘좋은 사람이라서 좋은 글을 썼구나’, ‘아픈 사람이라서 이렇게 아픈 글을 썼구나’,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 진통에 대해 그리고 회복의 시간을 썼구나’ 하는 종류의 마음에 다다르게 만드는 글은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성공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요즘 한다. 어쩌면 ‘이 사람, 기술이 참 좋네’, ‘천재적이네’보다 더 멋진 것 아닐까?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