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하루

2017년 3월을 기억하며 / Erinnerung vom Mai 2017   다시 318호 아틀리에로 돌아왔다. 일 년 가까이 잠가 놓았던 사물함을 열자 2018년도 다이어리가 나왔다. 아프기 전까지 대학에서 썼던 다이어리. 다행히 커터칼이나 칼판 등, 쓸만한 도구가 온전히 남아있었고 나머지는 아틀리에를 방황하다 결국 친구들이 나눠 가졌다고 했다. 돌려준다고는 하지만 기약 없는 말을 들었다. 나는 차가운 바닥에 쭈그려서 사물함… Continue reading 이상한 하루

템펠호프 가을소풍 / Herbstausflug nach Tempelhof

가을볕이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김강과 나 그리고 Y는 베를린 템펠호프의 넓은 들판을 걸었다. Y와 함께 걸으면 그곳이 어디든- 풀밭이든 복잡스러운 노이쾰른이든 여유롭고 상냥한 길이 된다. Es war ein sonnig herbstlicher Sonntag. Kim, ich und meine liebe Freundin Y spazierten auf dem Tempelhofer Feld. Jedesmal, wenn wir zusammen spazieren, sei es auf der Wiese oder auf den… Continue reading 템펠호프 가을소풍 / Herbstausflug nach Tempelhof

경애의 마음 _ 김금희 (문학동네)

다음에는 <조중균의 세계>를 읽어보려 한다. 우연히 <조중균의 세계>에 대한 해설을 양재훈 씨가 쓴 걸 발견했는데, <조중균의 세계>를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이 해설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김금희 작가님의 단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완독한 덕분이다.   "김금희의 소설에서는 낡은 것들이 함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현재의 질서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아니다. 김금희의 소설 속에서도 현재의… Continue reading 경애의 마음 _ 김금희 (문학동네)

이유를 붙이고 싶은 우연

  나는 언젠가 하케셔 막트 정류장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어떤 출구로 나갈까 고민하는 야곱의 아들의 멍한 얼굴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타고 있던 지하철이 출발해 버려서 인사하지 못했지만 내일 만나면 어제 널 우연히 보았다고, 하케셔엔 무슨 일이었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과 그다음 날에도 새로운 말할 거리는 넘쳐났고 결국 그 짧은 순간은 화젯거리도 못되고 밀려났다. 끝까지 나는… Continue reading 이유를 붙이고 싶은 우연

콘크리트 캐비닛에 떨어진 유성

2018년 가을, 해물전과 김치전을 굽는 Y와 친구들 Herbst 2018, Y und ihre Freundinen. Wir haben zusammen die Meeresfrüchte-Jeon und Kimchi-Jeon gekocht. hmm sehr lecker!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르코르뷔지에 알레르기를 친구 Y 덕분에 극복했다. 르코르뷔지에는 스무 살에 알게 된 프랑스 건축가로 딱히 그의 사상이나 건축에 억하심정이 있다기보다- 한국에서 르코르뷔지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Continue reading 콘크리트 캐비닛에 떨어진 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