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오리지널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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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김강이 노래 하나를 추천했다. Okada Takuro라는 니혼진의 <Shore>. 노래 제목도 그렇지만 앨범 커버가 시원한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함께 Okada Takuro의 2018년도 앨범 <The Beach EP>을 들었는데 이거, 아니나 다를까 귀에 확 꽂혔다. 이후로 여름 내내 매일 질리도록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인디밴드를 알게 됐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Spotify가 그 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자꾸 만들었기 때문이다. Okada Takuro와 더불어 Never young beach, Lamp 등의 산뜻한 멜로디는 올해 즐겼던 달콤한 휴식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딱히 유행에 민감한 편도 아닌데 어느새 도쿄 시티팝이 플레이리스트에 가득하고, 백예린의 아마도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라는 몽롱한 흥얼거림이 귀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일본 인디밴드를 듣지만 또 나중에는 90년대에 유행하던 발라드나 댄스 가요도 들을 것이고, 2000년대 케이팝도 힙합도 애절한 발라드록도 마구잡이로 들을 것이다. 사람들이 혁오를 좋아하면 언젠가 나에게도 위잉위잉이 들리고 아이유가 돈을 많이 벌면 그녀의 음악을 듣고 이지은이 나오는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 처럼.

개인의 오리지널한 취향은 존재하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취향은 빅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애인도 아닌데 기가 막히게 내가 좋아할 만한 엣지를 짚어서 음악이든 그림이든 화장품이던 옷이던 기가 막히게 추천한다. 정보가 어찌나 자연스럽게 내 손가락에 도달하는지! 빅데이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건,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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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간단히 영향받고 딱히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못 느끼는 사람은 경쟁력이 없는 걸까. 요즘은 ‘개인 피알의 시대’라고 하던데 나는 지목당하는 것이 두렵다. 일 분, 일 초 자신이 어떤 개성을 가진 사람인지, 오늘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웅변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면 왠지 허기가 진다.

꾸준히 찍고있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친한 여자친구 두 분이 나에게 필름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유했었고, 나는 자매의 권유에는 많이 혹하는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블로그에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하여 짧은 글과 함께 올리지만 늘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한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하면서, 노이즈가 좋아 필름으로 찍으면서도 어느새 노이즈 조정을 하고 있을 때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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