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 그리고 홍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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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는 사람이 없긴 없나 보다. 이 블로그 글을 쓰려고 두 편의 시를 구글링해보니 결제 없이 바로 볼 수 있다. 하긴, 나도 두 편중 하나는 우연히 리서치 중에 발견했으니 그들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이 좋은 시를 무료로 읽는다는 게 죄스러워 주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심보선 시인의 <피할 수 없는 길>과 홍지호 시인의 <토요일>이 요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이런 건 어디에서 배웠나 생각해보니 최근에 지인으로부터 배운 것 같다. 한국서 국문학을 전공한 분이셨는데 커피를 마시다 지나가듯이, 살다가 좋은 문학을 우연히 만나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긴다고 하셨다. 그때 갑자기 달콤한 돌풍이 우리 사이에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의 말과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지 않고, 그럼 지금까지 만났던 좋은 문학을 소개해 달라 애원했고, 덕분에 요즘은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읽고 있다. 아, 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왜 삼천포로 빠졌지.

심보선 시인의 <피할 수 없는 길>은 시집의 제목으로 내세운 시 <슬픔이 없는 십오 초>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독일인은 감동하면 그것이 자신을 berührt 만졌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정확히 이 시를 읽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글 너머 누군가가 나에게 훅 손을 뻗어 ‘피할 수 없는 길’ 위에 세워놓은 것만 같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트램도, 비행기도, 전동 스쿠터도 없고 오로지 가로수가 일렬로 늘어져 있어 무작정 걸어야 하는 길. 누군가를 만나지만, 무엇을 보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세계. 그래서 수치심을 삼키며 걸어야 하는 길. 아마도 우리 모두가 걷고 있는 길.

다음은 응원하고 싶은 젊은 시인, 홍지호 시인의 <토요일>이다. 처음엔 읽고 까암짝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시가 있다니. 이 시로 문학동네 2015년도 신인상을 받았다. 시인은 90년생이었다. 한 번 더 화드을짝. 나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데!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시를 쓰나, 궁금해지기도 하고 뭐 그랬다. 아직 모든 시를 한 권에 엮지 않았던데. 앞으로 나오면 꼭 구매하고 싶다.

 

Untitled (14)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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