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버린 글쟁이

Untitled (10)

 

 가끔 자기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요란하게 묘사하거나,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마냥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얻은 과도한 자기애를 SNS에 나열하는 사람을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저렇게 스스로를 실시간으로 묘사하면 텅 비어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 좋아하는 것일수록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얼마 전 신인상을 받았다는 젊은 작가의 시를 읽고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시구가 처절하면서도 예리하게 번쩍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싶어서. 시인은 지금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그 시는 누구를 위한 시였을까. 사람은 살면서 이런 매서운 글을 몇 번이나 쓸 수 있을까. 단 한 번이 아닐까. 다시 읽어봐도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쓴 SOS 신호탄과 다름없는 글이었다. 시인을 당선시킬 게 아니라 당장 달려가 누군가는 그녀를 구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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