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기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요란하게 묘사하거나,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마냥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얻은 과도한 자기애를 SNS에 나열하는 사람을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저렇게 스스로를 실시간으로 묘사하면 텅 비어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 좋아하는 것일수록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얼마 전 신인상을 받았다는 젊은 작가의 시를 읽고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시구가 처절하면서도 예리하게 번쩍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싶어서. 시인은 지금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그 시는 누구를 위한 시였을까. 사람은 살면서 이런 매서운 글을 몇 번이나 쓸 수 있을까. 단 한 번이 아닐까. 다시 읽어봐도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쓴 SOS 신호탄과 다름없는 글이었다. 시인을 당선시킬 게 아니라 당장 달려가 누군가는 그녀를 구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