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기 (2) 비명이 끊이지 않는 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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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온종일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 호수가 있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 잠실 놀이동산이다. 인공섬에서 자유로스윙이 부지런히 인간에게 무중력을 선사할 때마다 허공에 짜릿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이에 질세라 롤러코스터도 안전바에 인간을 매달아 검은 터널 안으로 쏜살같이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잠실에 롯데월드가 있었지. 엑스엑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한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것이 서글퍼졌다. 멀리서 보기에 놀이기구도 지난 추억처럼 부식되어 있었다. 페인트라도 새로 좀 칠하지 쯧쯧… 롯데, 돈도 많을 텐데.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옛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다니. 웬 청승인가 싶지만. 이 석촌호수에 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나의 오랜 친구 E가 잠실에 살고, 그녀가 출근 하면 나는 주로 강아지 몽실이와 시간을 보냈다. 집 주변을 함께 탐색하던 중에, 마치 안내견처럼 몽실이가 인도한 곳이 석촌호수였다. 이후에 E에게 들었지만 사실 몽실이도 초행길이었다고!

너, 어떻게 알고 끌고 간 거니? 몽실아. 나는 네가 항상 가는 곳인줄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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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는 순한 얼굴과는 달리 아주 영리한 강아지다. 낯을 가리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소위 성격 좋은 인싸친구다. 몽실이는 배변을 꼭 공원에서 하려고 해서 나의 한손에는 늘 따뜻한 검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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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에 나올법한 비주얼의 롯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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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눈치 없이 부스럭거리는 것은 나의 전공이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E의 책장을 슬쩍 구경했다. 재미있게도 낯익은 책이 많았다. 내가 몇 년 전에 선물한 책도 있었고, E가 읽어보고 좋아서 나에게 선물해줬던 책도 있었다. 우리의 취향이 겹친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비소설이 모여있는 구석에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읽으며 두 친구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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