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단골손님

Untitled (18)

 

올해 초, 방학이면 거의 매일 출석하던 단골 카페의 주인이 바뀌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원래 그리스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실력 좋은 카페였는데 지난겨울이 풀리고 봄이 올 때쯤, 인사도 없이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버렸다. 카페는 다행히 없어지지 않고 이름만 바꾼 채 다른 사람들이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메뉴판도 가구도 모두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들이 계산대에 서 있어서 처음엔 매우 당황하고 아쉬워했다. 그들도 갑자기 혼란스러워하는 단골손님을 감당하는 것이 어려운지, 아니면 내가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거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페의 새 주인들과는 서먹하다.

생각해보면 그 전 주인들과도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 2년을 넘게 보았지만 서로 이름도 몰랐다. 그래도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한번은 내가 좋아했던 아이스 모카라떼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마시라며 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나를 대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무뚝뚝한 만큼 그들도 내성적이고 무뚝뚝한 것이 좋았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보는 사이였지만 별 대화 없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계절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페의 새 주인들은 처음부터 상냥하게 우리의 이름을 물어보았고, 그 덕에 나도 바리스타의 이름을 알지만 커피를 마시면 잔을 금방 가져간다. 눈치가 보여 오래 책을 읽을 땐 차를 한 잔 더 시킨다. 미묘하게 조금씩 바뀌는 가구들과 배치가 공감이 안 된다, 왜 저런 그림을 걸었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한국어로 흉을 좀 보다가 너무 못된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내가 이상한 손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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