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Studio 318

사진 1.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2017년 11월 Bild 1. Mein Lieblingsfoto im Studio 318, November 2017   과제와 설계 마감 그리고 전공시험 준비로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어느새 2월이 온 줄도 몰랐다. 건축과 학생들은 어젯밤 다급히 떠올린 창, 벽, 계단의 존재를… Continue reading Goodbye, Studio 318

울적한 겨울엔 여러가지 의문이

우중충한 날은 몸을 전철에 내맡기고 흠뻑 젖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이날은 지하철을 탈까 하는 마음이 한편에 계속 있어서, 집 밖을 나서기 전 어떤 가방을 들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러다 끝내 나는 자전거 가방을 메고 못난이 자전거가 묶여있는 힌터호프로 내려갔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기로 한 것이다. 일요일은 전철이 드문드문… Continue reading 울적한 겨울엔 여러가지 의문이

흑과 백

문학동네 100호 특별부록 <아뇨, 문학은 그런 것입니다>에 실린 권여선 작가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사느냐 쓰느냐'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하고, 그렇다면 환골탈태하겠다고, 사는 걸 버리고 쓰는 걸 택하겠노라 결단할 뻔한 적도 있다. 결국 사는 걸 좋아해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어느 정도는 사는 일과 쓰는 일이 다정하게 양립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은 쓰지 못하고 쓰는 동안은… Continue reading 흑과 백

2019년과 2020년 사이

2019년에는 단편소설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 <자매의 탄생>, <또라의 알고리즘에 대하여>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 지금까지 두 편의 소설을 더 쓰고 있는데 쉽지 않다. (내년 여름에는 완성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올해 썼던 나의 첫 소설들이 앞으로 나에게 초심을 깨우쳐 줄 것 같아 기록해두려 한다.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는 갑자기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겪은 나와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썼다. 소설을… Continue reading 2019년과 2020년 사이

안개로 누룩을 만들어 삼키면

겨울비가 내리는 휴일. 우리는 슈판다우를 지나 국도를 타고 굽이굽이 서쪽으로 달렸다. 목적지인 베어벤은 버스도 기차도 다니지 않는 아주 작은 동네라서, H와 나는 가까스로 카풀을 구한 것에 감사해야 했다. 사진 1. 산다우 페리 / Bild 1. Fähre Sandau L9번 국도는 중간에 강을 경계로 끊어져서 페리를 이용해야 했다. 강 위로 작은 페리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큰 트럭과 우리를 운송했다. 두꺼운… Continue reading 안개로 누룩을 만들어 삼키면

웃긴 토마토

어느 날 아침이었다. 김강이 일어나서는 방금 자신이 생생하게 본 것이 있다 말했다. 나 자기 등 어깻죽지 뒤에. 응. 토마토가 자라는 거야. 뭐라고? 너무 웃겨. 계속해봐. 걱정되니까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가 김구란거야. 김구라 말투로, 이거 한 달에 한 번은 면도를 해 줘야 하는데, 보는 사람은 두 번 해주고 싶죠? 그러는 거야. 아, 웃겨. 그래서? 나는 뭐 하고… Continue reading 웃긴 토마토

여덟 번의 주말

주말에는 온전히 글을 쓰고 싶어서 일의 효율을 계산하며 산 지 8주가 지났다. 그러니까 주말은 이야기에 온전히 침식해야 하니까, 일상의 걱정이나 불안을 가져가면 안 되니까, 미리 정돈된 월화수목금을 살아두는 것이다. 이건 주말에 누가 놀자고 하면 베를린에 없다고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정도로 중요했다. 토요일 아침 새벽부터는 미루어두었던 글을 읽느라 혼자 부산을 떨었다. 고작 8주를 학업과 문학을… Continue reading 여덟 번의 주말